DSD는 Direct-Stream Digital의 약자로서 소니와 필립스가 등록 상표로 만든 PDM(Pulse-density modulation) 기반의 사운드 코딩 기법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한 음반을 SACD(Super Audio Compact Disc)라고 부르며 전용 기기에서만 재생 가능한 형식이었다.
SACD는 차세대 CD 규격으로 DVD-Audio 규격과 함께 경쟁을 벌였으나, 두 규격 모두 기존 CD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정착하지 못하였다. 메이저 음반사의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하였고 재생 기기의 가격이 높기에 일부 Hi-Fi 애호가만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음악의 소비 패턴이 물리적인 음반의 구매가 아닌 인터넷 다운로드 방식으로 변화되면서 시대에 흐름에 부응하지도 못하였기에 상업화에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DSD가 최근에는 SACD Ripping 방법이 공개되어 인터넷 상에서 유통되고 일본의 e-onkyo에서 디지털 음원을 판매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1. DSD vs. PCM 비교
DSD는 샘플링 방식을 기존 CD의 PCM 방식이 아닌 1-bit 방식의 PDM(Pulse-density modulation) 기반이기에 샘플링 레이트에 대한 표기법이 일반 PCM 형식과는 다르다. PCM 규격의 경우 먼저 비트수가 언급되고 샘플링 레이트가 표기되는 것이 비해서 DSD는 bit depth가 단지 1-bit이므로 주파수만 표기된다. 보통 CD의 샘플 레이트의 64배라고 불리는 2.8224 MHz의 DSD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실제 SACD 제작에 사용된 샘플 레이트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마케팅 정책상 CD의 64배라고 홍보하는 것은 과장된 것으로 실제 해상도가 64배는 아니다.
64배라는 것에 bit depth가 빠져 있으므로 CD에 대응한다면 여기서 16을 나누어야 한다. 그렇기에 산술적으로만 보아도 CD의 4배 해상도일 뿐이다. 또한 DSD 시그널은 미리 7차 Delta-Sigma modulation을 처리해 놓은 것으로 기술적인 해상도의 한계가 존재한다. 소니의 공식 발표 자료를 보면2.8224 MHz의 DSD 파일은 Dynamic Range가 120dB이므로 실제로는 PCM 20bit에 해당하는 것이며, 재생 주파수 범위가 20Hz~50Hz이므로 샘플 레이트로 보아 96kHz PCM에 대응한다. 이렇게 보면 2.8224 MHz의 DSD음원은 24bit 96kHz PCM 파일보다 음질적으로 뒤 떨어진다.
DSD의 실질 샘플 레이트가 낮아 최신 24bit 192kHz의 PCM 규격과 경쟁할 수 없기에, DSD의 샘플링 레이트를 2배 늘려 5.6MHz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것을 Double-rate DSD 또는 DSD128이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4배 늘린 Quad-rate DSD가 있으나 일반 음원으로 발매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샘플 레이트를 가진 DSD 파일이 있기에 원래 SACD에 수록된 해상도의 음원을 DSD64라고 부르고 Double-rate DSD를 DSD128, Quad-rate DSD를 DSD512로 구분한다.
* DSD64(Normal DSD) – SACD에 담긴 형식으로 2.8224 MHz 샘플링 레이트 음원
* DSD128(Double-rate DSD) - 5.6MHz 샘플링 레이트 음원
* DSD256(Quad-rate DSD) – 11.3MHz 샘플링 레이트 음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2. DSD 관련 논란들
2-1. 기술적 논란
오디오 평론가들은 물론 학계 전문가들도 DSD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DSD 옹호론과 무용론이 존재한다. 소니는 아날로그 시그널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A/D 컨버터에서부터 1bit로 처리하여 중간 변환 과정 없이 최종 재생장치인 1bit 방식의 DAC을 통해 소리를 재생하면 기존 PCM 방식의 단점인 양자화 오류와 디지털 필터 사용으로 인한 아티팩트(Artifact)를 최소화할 수 있기에 소리가 더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음반들이 거의 예외 없이 편집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문제가 있다. DSD를 PCM 변환 없이 EQ나 Channel Mixing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어렵고, 편집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Pro Tool 소프트웨어가 이를 지원하지 않기에 DSD 신호를 PCM으로 변환하여야만 편집이 가능하다. 발매된 SACD중 녹음에서 재생까지 완전히 delta-sigma 방식을 유지하는 극히 소수의 direct cutting 음반(필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을 제외하고는 모두 DSD(녹음) -> PCM(편집) -> DSD(마스터링)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최근 발매된 거의 모든 Delta-Sigma DAC Chip들은 모두 1-bit가 아닌 Multi-bit Delta-Sigma 기술을 사용해서 제조되고 있다. 음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상위 6-bit를 R2R 방식으로 만들고 나머지 모자라는 해상도를 Delta-Sigma 프로세싱을 통해 보완하는 기술이 사용된다. 그렇기에 Multi-bit Delta-Sigma DAC Chip에서조차 DSD 시그널을 1-bit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소니가 주장한 DSD 재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2. 발매 음반 수 부족
메이저 음반사에서 SACD에 대해 회의적이었기에 앨범 자체를 발매하지 않았고, 따라서 마이너 음반사 위주로 앨범이 나왔기에 발매된 앨범 수도 적다. 현재는 소니가 SACD관련 마케팅을 포기하였기에 새로운 앨범 발매도 제한적이다. 그렇기에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앨범들은 과거에 제작된 것들이며 그 종류도 매우 적은 편이다.
고음질 판매 사이트(e-onkyo)에서는 DSD 형식은 물론 PCM 형식의 WAV나 Flac 파일도 같이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꼭 DSD파일을 구해서 재생해야 한다고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
2-3. 음질 논란
Delta-sigma modulation 기법을 사용한 제품이 가진 공통적인 음질 특성은 PCM 방식과 비교해서 음이 가늘어진다는 점이다. 저역의 표현 능력이 다소 떨어지게 되고 음의 중심이 살짝 고음쪽으로 이동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음질 성향 비교는 “DAC 가이드”에서 언급한 Delta-sigma DAC와 Multi-bit Ladder DAC의 성향 차이와 동일하다.
3. SACD Ripping
SACD를 지원하는 PC용 광학 드라이브가 발매된 적이 없기 때문에 CD나 DVD, Blue-Ray와 같은 음반들과 달리 음반에 담긴 내용을 꺼낼 수 없었다. 그러나 Play Station 3라는 게임기를 해킹해서 저작권 보호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장착된 SACD 음반 내용을 데이터로 변환하여 하드 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배포되면서 갑자기 DSD 파일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물론 모든 Play Station 3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고 2006년에서 2007년도에 생산된 제품으로 펌워에(Firmware) 버전이 3.55인 것만이 가능하며 리핑 절차 역시 까다롭기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힘들다. 또한 이러한 리핑 행위를 일본에서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구할 수 있는 DSD 파일들은 대부분 이러한 리핑 과정을 거친 음원들이 불법적으로 유통된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계 고음질 파일을 판매 회사에서는 DSD파일을 취급하지 않고 24bit 96kHz나 192kHz의 PCM 형식의 파일만을 취급하고 있다. 구매할 수 있는 DSD 파일들은 일본 e-onkyo에서만 제공하고 있다. 여타 회사들이 DSD 파일을 취급하지 않는 것은 여러 제약이 있기에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4. DSD 파일 형식
Play station 3로 SACD를 Ripping할 때 저장하는 파일 형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이때 SACD전체를 이미지 파일로 보관하거나 개별 음악 트랙들을 특정 파일 형식으로 저장한다. 이 파일 형식들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다.
4-1. Scarlet Book ISO 이미지 형식
CD가 Red Book 표준에 의거한다면 SACD는 Scarlet Book이라는 표준 규격이 적용되어 있다. 문제는 이 이미지 파일 형식이 기존의 CD-ROM, DVD 형식 과는 전혀 다른 것이기에 Deamon 프로그램으로는 Mount해서 내용을 꺼내거나 할 수 없다.
이미지 자체를 그대로 읽어서 재생하는 것은 Foobar2000에서 SACD관련 Plug-In을 설치하면 가능하지만 이것이 불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음악 트랙별로 따로 파일로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 SACD_Extract라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Scarlet Book ISO 이미지 파일에 담겨있는 개별 음악 트랙들을 특정 파일 형식으로 변환하여 저장할 수 있다. 이때 DSD 음원을 담는 파일 형식은 DFF, WSD, DSF의 3종류가 있다.
4-2. DFF - DSDIFF(Direct Stream Digital Interchange File Format)
SACD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마스터 파일 형식을 DSDIFF 라고 한다(이것이 이미지 파일은 아님에 주의하기 바람). 내부적으로 상당히 복잡한 형식 구분을 가지고 있으며 단일 트랙의 파일을 저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 보다는 음반 한 장 전체의 내용 형식을 규정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DSDIFF 파일은 확장자로 “.DFF”를 사용하며 필립스에서 2000년에 처음 규정한 파일 형식이다. 음반 한 장 전체는 물론 개별 파일을 저장하기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이 형식 내부적으로 DSD 스트림을 압축해서 저장하는 DST(Direct Stream Transfer format for lossless encoded DSD audio) 무손실 압축 기능도 지원하기에 주의해서 옵션을 지정해서 저장하지 않는다면 특정 프로그램에서는 재생을 하지 못할 수 도 있다. DSD와 DST는 압축하지 않는 wav 형식과 무손실 압축한 flac으로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4-3. WSD(Wideband Single-bit Data)
일본 업체들이 대다수인 1-bit-Audio-Consortium에서 2002에 발표한 파일 형식으로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형식이다. 일본계 DSD 전용 장비나 프로그램에서만 지원하는 형식으로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4-4. DSF(DSD Disc Format)
소니에 의해서 2005에 발표된 파일 형식으로, .DFF 형식과 매우 유사하지만 앨범 전체의 정보를 모두 담을 수 있는 처리 기능이 없고 유일하게 하나의 트랙 음원만 저장하는 형식이다. 반면 DFF 보다 메타데이터 정보를 IDv3 형식으로 확장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앨범 이미지까지도 파일 내부에 보관할 수 있기에 가장 활용도가 높다.
5. DSD 재생 방식의 종류
DSD 파일 재생 방식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원본 DSD 파일에 담겨있는 DSD 스트림을 DAC에 그대로 보내 재생할 것인가, 아니면 DSD 신호를 PCM 데이터로 변환하여 재생할 것인지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이 있는 것은 기존에 정의된 국제 방송 규격 표준에서는 DSD 전송 방식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소 특별한 처리를 통해서 DSD를 재생할 수 밖에 없다.
5-1. Native DSD 재생
DSD를 그대로 DAC에서 재생하는 방법을 Native DSD 재생이라고 한다. 문제는 PC의 운영체계는 물론 재생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장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리관련 처리가 PCM으로만 가능하기에 특별한 조건이 만족되어야만 Native DSD의 재생이 가능하다.
먼저 DSD 데이터를 기존 PCM 기반 기기에서 전송할 수 있도록 해주는 DoP(DSD Over PCM)라는 규격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DoP는 DSD 데이터를 24bit PCM 데이터에 패킹하여 전송하는 방식이다. 24bit의 상위 8비트에 DSD Maker라고 불리는 특별한 구분자를 넣어 이 시그널이 DSD임을 구분하고 하위 16비트에 1채널 DSD 데이터를 넣는 방식이다. 상위 8비트의 마커는 버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과거의 1.0 버전에서는 16진수로 AA값을 가지는 마커가 사용되며 1.1 규격에서는 06과 F9가 사용된다.
그림: DoP 패킷 규격. 총 24bit 데이터의 하위 16비트 DSD 데이터가 들어가고 이것이 DSD 데이터라는 구분을 나타내는 8bit DSD Marker가 삽입된다. 출처: DoP open Standard version 1.1
전송된 DoP 신호는 최종 재생 장치인 DAC에서 해석하여 처리한다. 문제는 DAC이 이 신호가 DSD 인지 PCM 신호인지를 구분하기 위해서 규정상 최소 32개의 시그널을 분석해서 마커가 연속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확인 루틴이 대부분의 DAC에서 매끄럽게 구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 PCM을 재생하다가 DSD를 재생하면 “치익”하는 잡음이 재생된다.
이외에도 또 다른 단점들이 있다. DoP 규격은 PCM 전송 방식으로 DSD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 어설프게 규정된 것이기에 운영체제의 Mixer나 샘플레이트 자동 변환 루틴을 거치게 되면 데이터가 변형되어 DSD 데이터로 인식하지 못하기에 잡음 밖에는 나지 않는다. 또한 소리 크기를 변경해도 데이터가 변형되므로 마찬가지로 잡음만 재생된다. 반드시 bit perfect한 재생으로만 제 소리를 낼 수 있기에 일반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로가 아닌 전용의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야 한다. 출력 방식은 ASIO난 WASAPI Exclusive만 사용 가능하다.
그리고 DoP 규격으로 일반 DSD64는 24bit 176.4kHz로 전송되며 DSD128일 경우에는 352.8kH로 전송된다. 문제는 대다수의 장비들이 352.8kH를 지원하지 않기에 DSD128은 거의 재생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Delta-Sigma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DAC이라고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DAC Chip이 1bit가 아닌 6bit Delta-Sigma 기술을 사용하기에 실제 100% Native DSD 재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