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예비 귀농인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집 구하기다. 임대든 매매든 서둘러 집을 구해야 식구들이 지내는 거처가 마련되기 때문에 땅보다 집 구하기를 최우선하게 된다. 하지만 시골은 도시와는 달라서 부동산 같은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디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지역을 정했다고 가정한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집을 구해야 한다. 일단 책상에 앉아 알아볼 생각을 하면 안된다. 본격적으로 발품을 팔아야 한다.
지역에 물어볼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 첫번째로 만날 사람은 그 지역 시·군에서 귀농·귀촌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줄어드는 인구를 회복하기 위해 귀농귀촌지원팀을 신설하는 추세다. 운영을 잘하는 지자체에는 전문상담원까지 있지만 대개는 1~2명이 귀농·귀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먼저 이곳에서 그 지역의 농업현황과 농업기술센터 교육 같은 정보를 확인한다. 그 후에 자신이 이 지역에 귀농하면 지원 가능한 사항 등을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일반적인 내용을 알아본 뒤 담당 공무원을 통해 귀농인협의회나 귀농 선배 혹은 이장 등을 소개받아서 자신이 지낼 집에 대한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한다. 이런 이들은 자신의 농사 시간을 쪼개 예비 귀농인들에게 도움을 준다. 따라서 자신이 이 지역에 내려간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그 사람들의 배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농촌 안착을 위해서는 결국 이러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선배 귀농인들과 연결이 됐다면 한번에 집을 구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장기적으로 연락하고 찾아가면서 지역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상담한다고 빈집이 덜컥 구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귀농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몇몇 지역의 선배 귀농인들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아무리 집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더라도 어떤 의지를 보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한번 찾아와서 상담을 받고 간 후 연락이 없는 사람보다 해당 지역에 꼭 들어오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람에게 아무래도 집이나 땅을 소개시켜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번, 세번, 안되면 열번이라도 찾아와서 집을 알아보고자 노력한다면 결국 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수고와 정성을 들여 소개받은 집이라도 도시의 깔끔한 집과 비교하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빈집은 대부분 허름한 탓에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예비 귀농인들이 “이런 집들을 임대해서 많은 돈을 들여 수리했는데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종종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거의 없다. 동네 사람들이 보아도 이런 ‘경우 없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귀농인들에게 빈집 수리비로 일정액을 보조해주는 지자체도 있다. 자신의 돈을 조금 더 보태서 수리하고 나머지는 살아가면서 손수 고쳐서 사는 것도 시골생활의 바람직한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비록 낡았지만 농가주택은 농사와 함께한 집들이고, 따라서 그렇게 빈집을 수리하면서 사는 귀농인들은 대부분 지역주민과 빠르게 융화하면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충남 홍성의 한 귀농인은 허름한 빈집을 2000만원 가까운 돈을 들여 수리했다. 주위 사람들이 만류했고 마을 사람들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귀농인은 수리한 뒤 비워줘야 할 걱정으로 집 선택을 포기하기보다 돈을 들여 고치더라도 하루빨리 마을에 정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 집에서 10년 가까이 살았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선택이 현명했던 셈이다.
도시적인 관점으로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다 보면 시골에서 집 구하기는 대개 실패하기 십상이다. 차라리 사거나 새로 짓는 것이 빠를 수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은 고생스럽더라도 빈집에서 먼저 살아보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자신이 이 지역과 마을에 맞는 사람인지 경험해보고, 허름한 빈집과 함께 귀농의 삶을 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좋은 땅, 좋은 집도 소개받을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박호진(전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